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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15 11:15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아직 법은 멀리 있다.
 글쓴이 : 경남안전기…
조회 : 9,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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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아직 법은 멀리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 중에 이제는 이주 노동자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주노동자에 의한 차별을 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사업주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월간 안전보건에 실린 김사강 (사)이주민과 함께 부설 이주와 인권연소 연구위원 김사강님의 글을 읽으며 함께 일하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수천만 원의 임금체불, 사장은 “법대로 하라” 큰소리

세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부산과 울산에서 미나리 농장을 운영하는 사장 밑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을 일해 온 사람들이었다. 몇 년 전부터 임금을 주지 않아 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사장에게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다음 번 미나리 수확을 마치면 목돈으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주겠지 하는 기대로 한 해 한 해 버티다 보니 못 받은 임금만 셋이 합쳐 6,000 만 원이 훌쩍 넘게 됐다. 올해 초, 이번 설에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으니 밀린 임금을 달라고 다시 한 번 사장에게 요구했다.  

그런데 사장은 일은 안 하고 돈만 달라는 거냐며, 당장 나가라고 하더니 숙소의 수도와 전기를 끊어버렸다. 당장 끼니도 해먹을 수 없게 된 이들은 이웃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한 겨울 비닐하우스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다가 한 이웃이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노동청으로부터 출석통보를 받은 사장은 노발대발했고, 결국 이들을 불법체류자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의 임금 체불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들을 출입국에 인계했고, 결국 외국인 보호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산재 등으로 요양 중이거나, 체불임금 등으로 진정 중이거나, 민·형사 소송 중일 경우에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단속·추방하지 않는 것이 법무부의 내부 지침이다. 상담활동가는 해당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들의 보호일시해제를 요구했고, 이들은 각각 보증금 300만원을 마련해 출입국사무소에 맡기고 나서야 두 달여 만에 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청 진정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근로감독관은 노동자들과 사장이 주장하는 체불임금액 차이가 큰데, 근 로계약서도 없고 예전에 받았던 월급도 통장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라 급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없어 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임금 줄 돈이 없다던 사장은 노무사를 고용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합의를 종용했다. 몇 달이 그 렇게 흘러가는 동안 한 명은 견디다 못해 무일푼으로 고향으로 돌아갔고, 두 명은 지인의 집과 쉼터를 전전하며 힘겹게 싸워나갔다. 결국 지난 9월, 남은 두 명의 이주노동자들과 부산·경남 지역의 노동·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사장의 집과 농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한겨울 얼음물에 몸 담그고, 한여름 땡볕에 살 태워가며 일했습니다. 일도 힘들었는데 돈 받는 건 더 힘드네요. 사장님,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꼭 가고 싶습니다. 밀린 임금을 주세요” 라는 피켓을 들고 사장의 집 앞에 서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활동가들에게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다 미안하다. 힘들 내시라”며 음료수와 김밥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사장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농장 앞 시위 현장에 나타난 사장은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법대로 하라!”며 삿대질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사례 급증…악덕업주 처벌은 솜방망이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청에 진정된 이주노동자 체불임금 건수와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9,378명 240억여 원이었던 체불임금은 2013년 9,625명 281억여 원, 2014년 12,021명 339억여 원으로 2년 새 41.2%나 증가했다.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6,789명에게 204억여 원의 임금이 체불됐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액이 4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노동자의 체불임금액 중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2.0%, 2013년 2.4%, 2014년 2.6%, 2015년 상반기 3.3%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노동청에 진정된 사건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서, 실제로 한국어가 서툴고 구제절차를 잘 몰라 노동청에 진정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한다면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임금체불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두고 빠짐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단골 주제다. 몇 달 동안 월급을 못 받은 노동자들이 고향에도 못 가고 우울한 명절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는 번번이 임금체불 사업장에 대한 감독 강화와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는 근로감독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장 지도·감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 체불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매년 임금체불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업주는 열 명 안팎이다. 임금체불 사실이 확인돼도 사업주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진정을 취소하고 합의를 보게 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등록 체류, 비자만료 후 초과체류 등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이주노동자들은 앞뒤 사정 볼 것도 없이 강력히 처벌되면서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만 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주들은 합의 하나로 법 위반 사실이 사라지는 현실. 이러한 현실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장들의 입에서 “법대로 하라”는 말은 아주 쉽게 나오리라 생각된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블로그|작성자 안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