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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17 09:04
금속 용융물과 물은 만나면 폭발한다
 글쓴이 : 경남안전기…
조회 : 8,013  


물에 젖은 원료 투입으로 인한 금속 용해로 폭발사고


폐알루미늄 재활용공장, 비 온 뒤 맑음 

A 사는 알루미늄 샤시 등을 폐기, 철거할 때 나오는 폐알루미늄을 용해로에 녹여 알루미늄괴를 생산하는 업체다. 한달 전부터 A 사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태국 출신 노동자 바랏. 그는 야적장에 있는 원자재를 선별기에 투입하거나 용해로에 집어넣는 잡다한 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기술을 배워 고향에 돌아가서 이와 같은 자원재활용 공장을 차리는 것이 꿈이다. 전날 저녁에 제법 내리던 비가 그치고, 사고 당일은 쾌청했다. 바랏은 추운 한국의 겨울이 끝났음에 감사하며 공장으로 향한다. 공장 내부에는 아직 어제 쌓아둔 폐알루미늄이 한가득이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까진 굳이 야적장에서 재료를 가져오지 않아도 문제 없을 터였다.


“바랏, 어제 비 ‘주룩주룩’ 내려서 물 있어, 용해로에 물 들어가면 ‘펑’한다. 잘 봐야 한다.” 행동은 거칠지만 속정이 깊은 최 씨가 출근하는 바랏을 먼저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최 씨는 한국 말이 서툰 바랏이 알아듣기 쉽도록 항상 느리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바랏. 하지만 실제로는 ‘잘 봐야 한다’ 정도만 알아들었을 뿐이었다.



야적장 자루에 담겨있던 빗물

오후 5시 30분. 최 씨와 바랏을 제외한 다른 동료들이 퇴근했다. 최 씨와 바랏은 야간작업을 추가로 할 예정이다. 저녁식사 시간을 앞두고 공장 안의 폐알루미늄 원료를 모두 다 용해시킨 그들은 야적장에서 집게차로 폐알루미늄이 가득 든 원료 자루를 집어 공장 입구로 옮겼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원료 자루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오후 7시. 최 씨와 바랏이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 공장에는 바랏과 비슷한 얼굴의 사내들이 세 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의 태국 노동자들이었다. 바랏이 야간작업을 할 때면 이들이 종종 와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도왔다. 바랏의 친구들은 원료가 든 자루에서 원료를 꺼내 선별기에 넣고, 분리돼 나온 폐알루미늄을 용해로 주변에 쌓았다. 그렇게 쌓인 폐알루미늄을 삽으로 퍼서 용해로에 투입하기 시작한 바랏. 그런데 오전에 최 씨에게 들었던 “잘 봐야 한다”는 말을 떠올렸는지, 원료를 넣은 뒤에는 어김 없이 용해로 주변에서 한참을 기웃거렸다.



폭발로 비산된 용융물이 머리에 떨어지다

오후 8시. 마침 원료 자루의 맨 밑바닥에 있던 폐알루미늄들이 선별기에 투입됐다. 바랏의 친구 중 한 명이 원료를 다 꺼낸 빈 자루를 끌고 나가는데, 자루가 있던 자리 아래가 물에 젖었는지 바닥이 어둡고 축축했다. 하지만, 용해로 불빛만으로 작업하던 그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10분 뒤, 바랏은 선별기에서 나온 원료들이 어느 정도 쌓이자 다시 삽을 집어 들었다. 그가 용융액이 가득한 용해로에 원료를 집어 넣고 바로 옆에서 서성이기 시작한 다음 순간, ‘쏴아아’ 소리와 함께 순간 많은 양의 수증기가 솟구치며 용해로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장 전체가 환해질 정도로 강렬한 불빛.


하지만, 강렬한 불빛은 바랏을 비롯한 5명이 채 놀라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로 변했다. 다행히 최 씨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용해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 용해로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바랏은 폭발과 함께 비산된 용융물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말았다.


비명을 지르며 수돗가 달려간 바랏이 머리에 물을 끼얹어봐도 용융물의 겉만 식을 뿐 소용이 없었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바랏은 3주만에 숨을 거뒀다,


! 이 사고, 막을 수는 없었을까?

| 비 맞은 원료, 확인만 했더라면… |


이번 사고는 물기가 절대 묻어서는 안 되는 용해 원료를 별도의 차수 지붕이나 시설 없는 외부 야적장에 자루 채로 두었으며, 이로 인해 전날 내린 빗물이 원료에 스며든 것이 원인이 됐다. 근로자들 역시 원료 투입 이전에 물기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이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1)사업주는 수증기 등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원료에 물이나 밀폐된용기 등이 들어있지 않음을 확인한 후에 작업을 실시해야하며, 2)원료를 장시간 옥외 보관할 경우에는 비가 맞지 않도록 창고에 저장하거나 지붕을 제작해 보관해야한다. 또한 3)용해로 등의 고열물을 취급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는 방열복 등 고열에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해야 한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블로그|작성자 안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