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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5-10 12:30
경사로에서 굴러온 대형 종이롤에 작업자 끼임
 글쓴이 : 경남안전기…
조회 : 8,855  

1.2°의 낮은 경사, 0.23m/s의 낮은 속력이 비극을 부르다
경사로에서 굴러온 대형 종이롤에 작업자 끼임



경사로에서 중량물을 다룰 때는 중량물이 넘어지거나 혹은 구르지 않도록 사전에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을 작성하고, 넘어지거나 굴러갈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한두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 중량물의 경우에는, 아주 느리게 다가오더라도 인명을 앗아갈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보다 큰 원통형 종이롤 적재 업무 


중견 지류제조업체 A사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박 씨와 이 씨. 이날 두 사람의 임무는 A사에서 생산한 무게 3톤짜리 대형 원지롤(원통형 종이롤)을 종이를 재단하는 커팅기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오전 7시에 출근한 두 사람은 곧바로 원지롤 적재 창고로 향했습니다. 창고는 둘레에 자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고, 그 내부에 원지롤이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작업자들이 원지롤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려두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롤을 적재할 자리와 직선상에 정확히 위치시킨 후 푸셔를 이용해 롤을 안쪽으로 밀고, 그렇게 밀려난 원지롤은 낮은 경사면을 따라 서서히 굴러가 스토퍼에서 멈춰 적재되는 방식입니다. 커팅기로 옮기는 일은 이 작업의 역순이었습니다.





며칠 전 처음으로 이 작업에 동원됐다가 롤의 엄청난 무게에 고생한 기억이 있는 이 씨는 이날의 작업이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자들의 힘에 의존하는 작업. 만약 작업자들이 힘에 부쳐 롤이 거꾸로 굴러오면 큰 사고가 발생할 터였습니다.


반대로 오랜 경력의 박 씨는 이 작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워낙 경사가 낮아서 원지롤이 굴러도 사람이 걷는 것보다 훨씬 느린 속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험을 대하는 두 사람의 동상이몽, 누가 맞았을까? 


현장에는 두 명의 협력업체 직원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까지 투입되자 작업은 금방 진행됐습니다. 10분만에 원지롤 4개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갔습니다. 아침부터 위험하다며 쭈뼛거리던 이 씨에게 박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이거 그냥 밀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돼서 울상 짓고 그래. 자 이거 하나만 더 올리고 잠깐 쉬자고.”


빠른 속도의 작업으로 다들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마지막 하나’라는 말에 이끌려 작업은 다시 재개됐습니다. 앞선 작업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씨는 뒤쪽 롤 위에서 옮겨야 하는 롤을 발로 밀어냈습니다. 그나마 공간에 여유가 있는 오른쪽에서 나머지 세 사람이 이 씨를 거들어 롤을 밀어냈습니다.




롤이 서서히 움직여 공간이 확보되자 옆에 서 있던 박 씨와, 롤 위에 있던 이 씨가 뒤편에 자리를 잡고 온몸으로 롤을 밀었습니다.“자 조금만 더 밀어보자고! 하나 둘!” 박 씨의 구령에 맞춰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는 롤. 그런데 이내 굴러가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제자리에 멈추고 맙니다.


“어어 조금만 더 힘내봐 아침들 안 먹었어?” 박 씨가 독려해보지만,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네 사람의 팔과 어깨는 한계에 달해 덜덜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초가 1년 같던 팽팽한 대치상태가 몇 초쯤 지났을까, 원지롤이 서서히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 시작했습니다. 옆쪽에서 거들던 협력업체 두 사람의 힘은 이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것입니다.


1.2°의 낮은 경사, 어린아이의 걸음걸이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무게 3톤의 롤이 코앞에서 밀려들자 온몸으로 롤을 밀고 있던 박 씨와 이 씨는 옆으로 쉬이 피하지 못하고 롤에 밀착된 채로 속절없이 밀려났습니다. 막다른 곳에 몰려버린 박 씨와 이 씨. 그나마 여유가 있는 오른쪽에 서있던 이 씨는 미처 피하지 못한 팔만 끼이는 부상을 당했지만, 피할 곳이 없었던 박 씨는 서서히 다가오는 3톤짜리 롤에 끼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 이 사고, 막을 수는 없었을까?

| 고임목 하나만 있었더라면 … | 


이번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중량물을 다수 취급하고 있었으며, 작업 편의를 위해 작업장을 경사지게 설계해 중량물이 근로자를 향해 굴러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끼임이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고임목, 안전지대 등을 준비하지 않았으며, 중량물 취급 작업에 대한 작업계획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형태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1)경사면에서 중량물 취급시 중량물의 동요나 이동에 대비해 경사면 아래로 근로자의 출입을 제한해야 하며. 또한 2)중량물 취급 작업을 할 때는 중량물의 종류 및 형상, 취급방법 및 순서, 작업장소의 넓이 및 지형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계획대로 작업하며, 내용을 근로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블로그|작성자 안젤이